2025. 3. 27. 11:25ㆍ이슈
한때 기업가치 8천억원을 자랑하던 국내 대표 명품 커머스 플랫폼 발란이 회생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코로나 특수를 타고 성장가도를 달리던 기업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요?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던 스타트업이 자본잠식에 빠져 회생절차를 신청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발란, 한국 명품 커머스의 선두주자였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한국 명품 커머스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국내외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플랫폼을 일찍이 구축하며 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승승장구했고, 배우 김혜수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대중적 인지도도 크게 높였습니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웠어요. 누적 투자 유치액만 무려 735억원에 달했고,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부터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까지 주주로 참여했습니다. 2022년에는 최대 매출인 891억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죠.
외형은 컸지만 내실은 없었다
하지만 발란의 화려한 성장 뒤에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2022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순적자는 379억원에 달했습니다. 과도한 광고비 지출이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죠.
지난해 발란은 비용 절감에 나서 적자 폭을 122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매출도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392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결국 외형 확대에만 집중하고 수익성은 간과한 전략이 발목을 잡은 셈이죠.
"3분기 연속 흑자"라더니... 알고 보니 적자
발란은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어요.
심지어 올해 언론을 통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취재 결과 발란은 올해 1분기에 3억원, 2분기에는 약 3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죠. 발란 측은 "EBITDA 기준으로는 흑자"라고 해명했지만, 관련 자료는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https://ddaily.co.kr/m/page/view/2024072311203179547
해외 투자 유치설마저 '사실무근'
자금난을 겪던 발란에게 지난해 7월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리셀 플랫폼 기업 포이즌, 일본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기업 조조타운 등이 발란에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이었죠.
하지만 투자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매출 축소와 지속적인 적자로 국내 벤처캐피탈로부터도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의아하다는 분위기였어요.
결국 알리바바, 조조타운, 포이즌 측은 모두 "투자를 검토하거나 계획한 적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발란은 "해당 기업들과 논의가 있었던 것은 맞다"는 입장을 고수했죠.
자금난 타개책으로 고금리 대출까지 시도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발란은 연 10~15%라는 고금리 대출을 통해 100억~15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했습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들의 정산금 미지급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발란 측은 "안정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하반기부터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돼 충분히 고금리라도 상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고금리로 대출을 추진한다는 건 그만큼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뜻"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실리콘투의 구원의 손길, 하지만 기업가치는 '반토막'
결국 지난 2월 말, 화장품 유통기업 실리콘투가 발란에 75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란이 실리콘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75억원을 투자받을 수 있는 구조였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란의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실리콘투가 책정한 발란의 프리 밸류에이션(투자 전 기업가치)은 약 290억원 수준으로, 이는 2022년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3천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기존 투자사들의 대규모 손실 불가피
발란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기존 투자사들은 대규모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시리즈A 투자사인 리앤한은 이미 투자금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했고, 네이버도 감액 처리를 시작했죠.
벤처캐피탈 중 모태펀드의 자펀드로 투자한 경우에는 공적자금 손실 우려도 커졌습니다.
특히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피투자사가 올해 유상증자를 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모태펀드 운용사들은 회계상 전액 감액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결국 회생절차 개시까지...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의 교훈
이처럼 발란은 적자 지속, 투자 유치 실패, 기업가치 하락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한때 국내 명품 커머스 플랫폼의 선두주자로 8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던 기업이 불과 몇 년 만에 회생절차를 밟게 된 것입니다.
발란의 사례는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고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간과한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정보 공개와 투명한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스타트업 투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발란의 회생절차 개시는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성장세와 대규모 투자 유치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보다는, 수익구조의 지속가능성과 현금흐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투자자라면 스타트업의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현금흐름,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정산 구조와 자금 유동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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