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 vs 리멤버: 채용 시장의 치열한 소송전과 사모펀드가 만든 비즈니스 갈등의 실체
한국 채용 시장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잡코리아가 명함 관리 앱에서 채용 플랫폼으로 성장한 리멤버를 향해 대대적인 법적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갈등의 이면에는 단순한 기업 경쟁을 넘어선 사모펀드들의 치밀한 전략적 판단이 숨어있습니다.
오늘은 잡코리아와 리멤버 사이의 갈등 배경과 향후 채용 시장의 변화 방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법적 공방의 실체: 사모펀드가 움직이는 시장 게임
잡코리아는 현재 리멤버에 대해 민사 손해배상 소송, 형사 고발, 가처분 신청,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 거래 혐의 제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방위적 법적 공세의 표면적 이유는 잡코리아에서 리멤버로 이직한 임직원들이 영업비밀을 가져갔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갈등의 중심에는 두 회사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들의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잡코리아는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리멤버는 아크앤 파트너스가 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이건 단순한 기업 간 충돌이 아닙니다. 두 사모펀드가 비슷한 시기에 기업들을 인수했기 때문에,
향후 매각 시 서로 경쟁 매물이 될 수 있습니다.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리멤버의 급성장이 잡코리아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을 겁니다."
리멤버의 놀라운 성장과 채용 시장 진출
많은 사람들은 리멤버를 단순한 명함 관리 앱으로만 알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이 회사는 채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급성장했습니다. 리멤버는 등록된 명함 정보를 바탕으로 경력직 채용 시장에 진입했으며, 헤드헌팅 회사들을 인수하며 적극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리멤버의 매출 성장세는 놀랍습니다:
2021년: 58억 원
2023년: 396억 원
2024년(추정): 약 700억 원
2025년(예상): 약 1,000억 원
월간 활성 사용자(MAU) 측면에서도 리멤버는 506만 명을 확보하며, 잡코리아(761만 명)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세가 잡코리아와 그 최대 주주인 어피니티에게 위협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쟁점이 된 영업비밀과 경업금지 조항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잡코리아에서 리멤버로 이직한 임원 1명과 직원 4명의 영업비밀 침해 및 경업금지 조항 위반 여부입니다. 특히 이들이 영업 부서 출신이라는 점이 중요한데, 잡코리아는 이들이 회사의 영업 비밀을 가지고 이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현재까지 잡코리아가 신청한 가처분에 대해 영업비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송이 실질적인 증거보다는 경쟁사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적에서 제기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직원이 기존 네트워크와 경험을 가지고 새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영업비밀 침해인지는
항상 논쟁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번 소송에서도 그 경계가 쟁점이 되고 있죠."
사모펀드의 비즈니스 전략과 영향력
이번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모펀드들은 일반적으로 기업을 3~4년 정도 보유한 후 더 높은 가치로 매각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는 2021년 6월 잡코리아 지분 90%를 9,000억 원에 인수했으며, 아크앤 파트너스는 2021년 12월 리멤버 지분 48%를 1,2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두 펀드가 비슷한 시기에 인수를 했기 때문에, 향후 매각 시기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는 요기요, SSG닷컴, 롯데렌터카, SK렌터카 등 한국의 여러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크앤 파트너스는 카시나, 숨고, 팀스파르타 등 스타트업 성격의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채용 시장의 미래와 플랫폼 경쟁
잡코리아는 이미 '물:이'라는 명함 관리 앱을 출시하며 리멤버의 영역에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 다운로드 수가 1만 건 정도로 리멤버(100만 건 이상)에 크게 뒤처지고 있습니다. 한편 알바몬(잡코리아 계열)은 당근마켓과의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채용 플랫폼의 한계는 사용자가 취직 후에는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중고차 앱처럼 한 번 목적을 달성하면 당분간 필요가 없어지죠.
블라인드와 같은 직장인 커뮤니티나 당근마켓의 지역 알바 서비스처럼,
지속적인 사용자 유입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시장 경쟁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
이러한 기업 간 경쟁과 법적 공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경쟁하는 시장이 더 유리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서비스 품질은 향상되고, 플랫폼들은 더 많은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사실은 사모펀드의 영향 아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의사결정 방식과 투자 철학은 해당 기업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오늘 살펴본 사례처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투자자와 채용 시장 참여자를 위한 시사점
이번 사례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투자자라면: 투자하는 기업의 최대 주주가 누구인지, 그들의 투자 시기와 철학은 어떠한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모펀드가 주요 주주인 경우, 그들의 일반적인 투자 회수 기간(3~4년)을 고려해야 합니다.
취업 준비자라면: 다양한 채용 플랫폼을 활용하고, 각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리멤버와 같은 신생 플랫폼이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직장인이라면: 경업금지 조항 등 퇴사 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계약 사항을 미리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직 과정에서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