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업은 왜 몰락했을까? 세계 최강에서 1%로 추락한 역사
한때 세계 조선 산업을 호령하던 미국이 오늘날에는 상선 건조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도 채 되지 않는 국가로 전락했는데요.
과연 무엇이 미국 조선업을 몰락하게 만들었을까요?
오늘은 한때 세계 최고였던 미국 조선업이 어떻게 쇠퇴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현재 미·중 해양 패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세계 최강에서 최약체로: 미국 조선업의 현주소
과거 미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하루에 무려 5척의 배를 만들어냈는데요.
그런데 현재는 1년에 5척도 만들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세계 상선 생산을 주도했던 미국이 지금은 전 세계 상선 생산 점유율이 1%에 불과한 세계 19위로 밀려난 것이죠.
실제로 미국은 1975년까지만 해도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건조하며 세계 생산능력 선두 자리를 지켰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미국 조선소에서 설계한 최신형 함정마저 잦은 고장으로 조기 퇴역하는 등 품질 논란까지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조선업 쇠퇴의 결정적 시기
미국 조선업 쇠퇴의 중요한 전환점은 1981년이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를 민간시장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고, 조선업에 대한 보조금 프로그램 지원을 중단했어요. 당시 미국은 조선 비용이 높았기 때문에 미국과 비미국 건설비용 차이의 최대 50%를 지불하는 건설차등 보조금을 지급했었는데, 이것이 중단되면서 미국 조선시장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조선소는 해군이라는 단일 고객에만 의존하게 되었고, 80년대 말 냉전이 종식되면서 해군의 발주마저 급감하게 되었어요. 결국 1980년대에만 40,000개의 조선 생산 일자리가 사라지고, 상업 부문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조선업 몰락의 여러 원인들
미국 조선업이 몰락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었는데요,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호주의 정책의 역효과
미국의 '해상전략물자법'과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은 미국 해안에 정박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법은 미국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조선소들이 자국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발주하는 특수선 사업에 안주하게 만들었고, 결국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원인이 되었어요.
2. 시설과 기술의 낙후
미국 내 조선소의 시설과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세계 유수의 조선사들보다 3-4배의 공사비와 건조기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3. 정부 지원 축소
미국 정부는 우주항공, 반도체, 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에는 막대한 지원을 했지만, 조선 산업에는 보조금과 투자를 제한했습니다. 특히 자유시장 경제를 중시했던 레이건 정부의 보조금 축소 조치 이후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게 되었어요.
4. 냉전 종식과 수요 감소
미국 조선업은 제2차 세계대전과 소련과의 냉전이 끝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대규모 함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고, 새 전투함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미국 조선소의 물량은 줄어들게 되었어요.
미·중 해양 패권 경쟁과 조선업의 중요성
미국 조선업의 쇠퇴는 현재 미·중 해양 패권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함정 수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 해군의 함선 중 약 70%가 2010년 이후 진수된 새 배라는 것입니다.
반면 미 해군 함선은 약 25%만이 이 시점 이후 진수되었습니다.
해전에서는 함정 숫자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역사적으로 28개의 해전에서 25번이나 더 많은 함선을 보유한 쪽이 승리했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의 해양 패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요.
현재 중국 조선소의 생산능력은 미국의 최소 232배에 이른다고 평가됩니다.
이런 생산력 차이는 앞으로 미·중 간 해군력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어요.
미국 조선업의 부활 가능성은?
미국 조선업이 부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무너진 산업 기반을 복구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인데요.
미국은 현재 조선업 부활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단기적으로 한국, 일본 등 조선 분야의 동맹국과 공조하면서 중국 조선시장을 견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어요.
또한 함정 유지보수(MRO) 분야에서 한국, 일본 조선사에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한국 조선주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조선업 부활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해군은 '해양 치국(Maritime Statecraft)'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쇠퇴한 산업 기반을 복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여요.
우리가 미국 조선업 이야기에서 배울 점
미국 조선업의 몰락 사례는 산업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단기적인 시장 효율성만 추구하다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산업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어요.
한국은 현재 세계 조선업 강국 중 하나로,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조선업과 같은 기간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산업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