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6. 10:01ㆍ이슈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강등시킨 것인데요.
코스피는 약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이 소식이 던지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납세자 1인당 4억 5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들을 파헤쳐보겠습니다.
무디스가 내린 108년만의 결정
무디스는 1917년 이후 108년 동안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로 유지해왔는데요.
이번에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것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에 이미 70년 만에 미국 등급을 박탈했고, 피치도 2023년에 29년 만에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무디스가 이번 결정을 내린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난 10년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재정적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이를 바꿀 만한 정치적 합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늘어나는 적자와 이자를 감축할 만한 정치적 교착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의 역사와 신뢰성 논란
흥미롭게도 무디스는 원래 출판사였습니다.
1909년 미국 철도채권에 대한 평가 등급을 책으로 만들어서 출판한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1929년 대공황을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무디스가 신용평가를 좋게 해놓은 곳만 살아남았고, 그때부터 신용평가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의 트랙레코드를 보면 의문스러운 점들이 많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들을 최고등급으로 평가해서 전 세계에 팔았다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것인데요. 리먼 브라더스나 엔론도 파산하기 직전까지 투자적격 등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를 분석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예측은 못했으면서 정작 사건이 발생하니까 동아시아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급격하게 떨어뜨려서 자금줄을 막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부채의 충격적인 실체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채시계를 보면,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가 36조 8,681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이를 납세자 한 명당으로 계산하면 32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4억 5천만원에 해당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자비용입니다.
미국이 부채에 대해 지불하는 연간 이자비용이 8,800억 달러로, 국방비 8,5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요.
미국의 국방비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은데, 이자비용이 그보다도 더 많다는 것입니다.
줄일 수 없는 지출 구조의 함정
미국 정부 지출을 자세히 살펴보면 줄이기 어려운 구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지출 항목들을 보면 이자비용이 1위, 국방비가 2위, 메디케이드(의료복지)가 3위, 보육비가 4위인데요.
이 중에서 이자비용은 빚이 있는 한 줄일 수 없고, 국방비도 함부로 줄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소셜시큐리티,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같은 사회보장 지출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할 비용들입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 전망에 따르면, 2035년에는 이런 줄일 수 없는 비용의 지출 비중이 GDP 대비 24.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평균적으로 21% 안팎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정치적 딜레마: 긴축도 증세도 불가능
미국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둘 다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을 하면 정권을 잃게 되고, 증세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한 전문가는 과거 레이건이나 대처 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했던 지도자들을 언급하면서도, 현재는 과거의 경험들이 이미 쌓여있고 정보의 유통속도도 빨라서 누가 돈을 줄이거나 증세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장기적인 미국의 미래보다는 당장 다가오는 선거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재무장관들의 반박: "메신저를 공격하라"
흥미롭게도 미국의 재무장관들은 신용등급 하락 자체보다는 신용평가사들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스콧 베센트 현 재무장관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무디스는 후행지표다"라며 거부 입장을 밝혔는데요.
제닛 옐런 전 재무장관도 2023년 피치가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피치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
자의적이고 오래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레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신평사의 트랙레코드는 끔찍하고 계산법은 더 나쁘다"며 더욱 직설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도지클락의 한계와 현실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에서 공무원을 해고하며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도지클락에 따르면 납세자 1인당 약 3,900달러를 절약했는데, 이는 1인당 32만 달러의 부채와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미래 전망: 답이 있을까?
미국 의회예산처는 현재 추세대로 가면 2035년에는 51조 달러를 벌어서 70조 달러를 쓰게 되어 27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GDP 대비 부채비율도 현재 100%를 넘어서 2035년까지 118.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버드대학의 한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과 의회의 방만한 예산안이 어우러져 앞으로 10년간 9조 달러의 빚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금융위기나 물가급등, 또는 둘 다 일어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3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한때 5%를 넘어섰고, 미 주가지수 선물들이 1% 내외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재정부담이 커지면 소비위축과 수입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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